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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칼럼

이 가을이 주는 고독에 대하여!

 가을의 정취가 온 거리에 넘쳐 나고 있다.  외투깃을 세운 한 신사의 옷차림에서, 그리고 종종 걸음으로 달리는 아이의 모습에서도.......  과거에도 그랬듯이 계절이 지나는 길목을 넘어 그 계절의 의미를 맘껏 뽐내는 이 가을의 현장에서

조차 낯선 이방인처럼, 놀란 토끼의 소심한 눈으로 이 계절을 바라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 계절의 사실성과 내가 체감하는 계절의 의미는 사뭇 다른 듯 하다.  이럴때면 나는 또 한번의 시린 고독을 경험하게 된다.


  사람은 어떤 순간, 사건을 계기로 자기를 반추하는 시간을 갖게된다.  이 가을이라는 계절 특히나 픙성하게 영근 열매를 연상시키는 이 계절의 의미가 이처럼 생소한 것은 왜인가?  그리고 또 나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이 참을 수 없는 고독감의 정체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풍성함과 고독의 이미지라!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법한 두 이미지가 심하게 교차하는 이 파라독스!  그러나 이 파라독스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을 듯 하다.  나의 삶에 풍성함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온통 주님으로 도배되어 있는 나의 뇌리 속에 그 다른 어떤 픙성함의 주제가 끼일 여지는 없다.  그렇지만 이토록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고독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라는 말인가?  


  너무나 뻔한 결론이지만 이 고독의 원인은 내 눈에 비치는 이 땅의 척박한 영적 현실 때문일 것이다.  생명과 정의, 그리고 사랑이 물결치고 불의가 숨을 죽이고 천박함이 수치스러운 세상, 순수함과 정직함이 미덕으로 추앙되는 세상, 바보같은 웃음이 애교로 인정되는 그런 세상, 알면서도 사랑 때문에 속아넘어가 주는 바보같은 사람이 아름답다고 평가되는 그런 세상을 잃어버림에 대한 상실의 고독 때문일 것이다.  빛을 잃어버린 밤의 서러운 노래처럼 하나님을 잃어버린 이 세상의 서러운 통곡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은 미완의 모습이지만 그 찬란함을 마침내는 드러내고야 말 "제 5의 계절"을 나는 꿈꾼다.  그것은 나만의 꿈으로 간직하기엔 너무나도 벅차고 침묵하기엔 너무나 절박하기에 그리스도인이라는 그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한빛지체들에게 호소한다. 그것은 호소의 차원을 넘어선 핏빚 절규가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주님의 계절! 그 계절을 기다리는 나는 조급하다 못해 성급하고, 초조하다 못해 측은하기까지 하다.  

  

  타는 목마름으로 나는 소망한다.  아직은 미래 속에 속한 그 계절을!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언젠가 우리에게 천둥처럼 다가올 그 계절의 엄연한 현실을!


  오늘 나는 또 하나의 숨겨진 그러나 영원히 숨겨지지는 않을 "제 5의 계절"을 소망하며 깊은 고독의 심연 속으로 나를 던진다.  단지 고독만으로 끝나지 않을 그 심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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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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