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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칼럼

타는 목마름으로!

얼마전 교회 식구들과 연극을 보러 대학로에 갔다.  젊음이 살아 숨쉬는 거리, 약동하는 젊음의 몸짓들을 바라보며 맘껏 젊음을 호흡했다.  생기발랄한 모습, 환하게 웃으며 거리를 활보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나는 미래의 젊은 미소를 보았다.

  

연극 "정약용 프로젝트"를 관람했다.  정약용의 일생을 파노라마 처럼 보여주는데 그의 일생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백성들을 향한 애끊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당시도 지금처럼 정치가 불안하고 소위 지도자들의 자질 미숙과 의식부재로 사회는 혼탁하고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있는 모습이었다.  과거와 현재가 그렇게도 정확하게 일치하여 오버랩되었다.  그만큼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정약용은 사색당파 싸움과 거리를 두고 "무엇이 백성들을 위한 것인가?"라는 끊임없는 고민 속에 정책을 입안하고 건의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올곧은 소리하는 사람은 소위 있는자, 기득권자, 권력자들의 비위를 거스리고 결국 말도 되지 않는 모함과 시기 속에 유배를 당한다.  너무나도 말도 되지 않는 그런 죄명을 쓰고 말이다.  그러나 왜곡된 현실은 말도 안되는 그런 상황이 말이 되게 한다.  의로운 자는 초로에 묻히고 불의한 자들은 왜곡된 현실이 주

는 달콤한 꿀을 마음껏 먹는 그런 "실질적 아노미"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배지에서 조정에 대한, 그리고 잘못된 지도자들에 대한 원망과 불신의 늪에 빠져 있던 정약용에게 양심의 소리가 들려온다.  순백의 영혼을 휘감는 그 양심의 소리가! 아니 나는 그것을 하늘의 소리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의 양심에 들려오는 그 도도한 소리만큼 하늘의 소리를 말해주는 것이 또 있을까?  "너는 그 남은 시간에 무엇을 하려느냐?"  그때부터 깨달음을 얻은 정약용은 민초들의 삶의 현장에 뛰어들어 그들의 한소리, 그들이 겪는 착취와 억압의 현장에서 신음하는 그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하여 나중에 목민심서라는 책을 쓴다.  목민으로서 갖춰야 할 도리와 마음의 자세 그리고 실질적인 행위의 규범을 담은 책이다.  공허한 이론이나 탁상공론이 아닌 목민관의 실질적 리얼한 삶을 담은 프랙티컬한 실학 정신의 산물이다.  


나는 그때 우리의 목민관으로 오신 주님을 생각했다.  주님은 인간의 모습으로 오셔서 유리하고 방황하며 인간의 굴레 속에 신음하는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푸셨다.  그것은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는 숭고하고도 깊은 것이었다.  

나는 깊은 고뇌에 빠졌다.  정약용의 삶과 고뇌, 백성들을 향한 그 마음, 그리고 우리 주님이 죽음으로 보여준 사랑의 대장정.......... 참을 수 없는 갈증이 밀려온다.  나는 누구인가?  또 나는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무엇으로 내 마음과 삶을 온통 도배질해야 할 것인가?  나에게 맡겨진 주님의 양무리들, 그리고 나에게 책임지워진 이 시대, 이 백성들을 위해 나는 오늘 무엇을 하였으며 내일은 또 무엇을 할 것인가?  쉴새없는 질문들이 내 양심을 향해 질타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다시금 외로운 기도로 이끌었다.  


주여!  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한과 눈물, 그리고 통곡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눈과 귀를 주소서!  울다 울다 지쳐버린, 타고 또 타서 지금은 이미 재가 되버린 그들의 가슴에 생명의 불씨를 심게 하소서!  주여! 그들의 메말라 갈라져 버린 가슴에 성령의 불을 지르게 하옵소서!  


나의 외로운 기도는 지금도 계속된다.  그러나 나는 소망한다.  "you are the answer to my lonely prayer!"  감격과 환희 속에 기쁨의 찬양을 드리게 될 그 날을!  그 날이 오면 나는 누추하고 남루한 옷을 벗어 던져버리고, 사랑과 정의가 강같이 흐르는 그 은혜의 강물 속에 내 몸을 담글 것이다.  우리의 위선과 가식 속에 썩어문드러진 걸레 같은 양심을 희게 빨 것이다.  지금은 세상의 찌기처럼 버리워져 있지만 그 때는 더 이상 숨기운자가 아니라 빛을 마음껏 발하는자가 될 것이다.  나는 오늘 또 나는 타는 목마름과 허덕거림으로 기도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역전의 날을 꿈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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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등록일
2021-09-0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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